Artist Note
기억속의 이미지들을 조립하는 과정은 마치 숨겨진 방들의 문을 여는 기분이다.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발견하기도 하는가 하면 예상했던 익숙한 풍경을 그대로 느끼기도 한다.
작업 중에 발견된 각각의 소재들은 내가 그 당시 나의 정서에 충실했음을 보여준다.
작은 것들에서 느껴지는 깨달음은 크기의 차이가 없는 듯하다.
모두 유기적인 삶의 연속 같다. 사회적 현상에서 오는 영향, 생활 속의 기쁨, 슬픔, 불편함들이 나의 기억들을 만들어 가고 그것이 또 나를 만들어 간다.
그렇게 만들어 내는 작품 또한 나에게 새로운 거름이 되고 작업의 연속성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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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억을 엮어내어 발견해낸 작은 깨달음
작가의 시선으로 만나는 평범하고 소소하지만 따뜻한 인생의 의미
아크릴 수묵화가 그려내는 소박한 낭만, 희망, 희노애락, 화합
일상의 순간과 감정을 담아낸 김성호 작가의 작품은 무심코 지나칠 뻔한 작은 것들의 위대한 깨달음의 힘을 갖고 있다.
그의 작업은 다양한 기억을 엮어 내는 작업으로, 평소에는 사소하게 여겨지는 것들부터 어느 날 문득 떠오른 무거운 이야기까지, 작가가 느낀 크고 작은 감정들이 모두 작업의 소재가 된다. 과일, 컵, 풍경 등 우리 주변에 흔한 사물과 자연을 화면 속에 담은 그의 정물화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세월의 흐름과 시간의 흔적, 변화에 대한 인식을 강조하며 각 개인에게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평소 생각이 많아 가볍게 놓인 물컵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또 다양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게 된다는 작가는 예술가의 시선으로 주변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하지만 위대한 것들의 이야기를 비밀스럽게 감추어 살짝 꺼내놓는다. 작가를 따라가다보면 관람자의 머릿속에는 느낌표가 떠오르게 된다. 때로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한 작업조차 아이러니하면서도 낭만적인 화폭으로 다가와 감동과 공감을 자아낸다.
작가 고유의 독창적인 표현 기법인 ‘아크릴 수묵화’는 먹을 사용해 선을 그리는 전통적인 수묵화 방식과 달리, 캔버스 위에 칠한 검은 선을 지워가며 형태를 찾아가는 개념이다. 말하자면, 사물을 먼저 그리고 난 뒤 외곽선을 그리는 통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사물을 그리기 전 사전에 화폭 아래에 깐 검은색이 그 사물의 외곽을 따라 위로 비쳐져 드러나는 것이다. 어두운 바탕 위에 색을 더할수록 대상의 형태는 더욱 뚜렷해지고, 검은 윤곽이 선명하게 나타나 투박한듯 소박한듯 특유의 느낌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시간을 되돌아보며 깊게 성찰하고 짚어보는 의미'도 담고자 했다.
기록하여 남긴다는 의미(기억, 시간)를 담고자 한국화 벽화기법에서 착안하여 화면에 젯소를 이용해 스크래치의 마띠에르를 표현하였고, 한국화의 재료인 장지에서 캔버스로 옮겨와서도 특유의 느낌이 강하게 살아나 따뜻하고도 투박한 정겨움을 만나게 한다.
김성호 작가는 한국화로 이름나있는 중앙대 한국화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개인전 11회 및 자하미술관, K현대미술관, 한가람미술관, 인사아트센터, 서리풀 청년아트갤러리, 이랜드 아트스페이스, 하슬라미술관, 가나 장흥아트파크 등 다양한 기획전 및 그룹전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중이다. 재학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으로 인정받았던 그는 한국화가의 손길이 필요했던 2008년 영화 쌍화점의 메인 그림 제작, 2002년 화공의 이야기를 그린 홍천기의 그림대역 등에 참여한 적이 있으며, 현재 모교인 중앙대학교를 비롯 고양예술고등학교에 출강중이다.